외환보유액 순위

금이 순위를 흔드는 구조

2026-09-03 · 해설

같은 금인데 계상 방식이 다르다

외환보유액에 담긴 금은 국가마다 평가 방식이 다르다. 한 그룹은 취득 당시 장부가로, 다른 그룹은 매달 국제 시세로 재평가해 보고한다. 이 차이가 국가 간 순위 비교를 왜곡하는 핵심 요인이다.

미국이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미국은 법정 가격인 온스당 42달러로 금을 계상한다. 보유량 8,133.5톤을 이 가격으로 환산하면 11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2026년 7월 국제 금값(온스당 4,057달러)으로 다시 계산하면 시가는 1,061억달러다. 100배에 가까운 차이다. 미국의 공식 발표 총액은 2,527억달러지만, 금을 시가로 바꿔 넣으면 1조3,027억달러로 뛴다. 세계 순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규모다.

한국도 장부가 보고국이다

한국은 104.5톤의 금을 48억달러로 계상한다. 취득 당시 가격을 온스당으로 역산하면 1,427달러 수준이다. 같은 금을 2026년 7월 시세로 재평가하면 136억달러가 된다. 장부가와 시가 차이는 88억달러다. 이 차이를 총액에 반영하면 한국 보유액은 4,279억달러에서 4,367억달러로 늘어난다. 순위 산정 방식에 따라 몇 계단 오르내릴 만한 폭이다. 싱가포르도 같은 장부가 보고국으로, 시가 반영 시 총액이 207억달러 늘어난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이미 시가로 보고한다

반대편에는 금을 시가로 계상하는 국가들이 있다. 독일은 금 보유분 4,369억달러를 그대로 발표 총액에 포함하고, 이탈리아도 3,198억달러를 그대로 반영한다. 두 나라 순위는 국제 금값이 오를 때마다 실제 거래 없이 함께 오른다. 2026년처럼 금값이 강세를 보인 해에는 시가 보고국이 장부가 보고국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구조다.

순위표를 볼 때 이 구분을 함께 봐야 한다

장부가 보고국과 시가 보고국을 구분하지 않고 총액만 나열하면 금값 변동이 곧 국력 변화처럼 읽히는 착시가 생긴다. 한국은행이 순위표를 뺀 이유 중 하나도 여기 있다. 이 사이트는 국가별로 장부가·시가 여부와 재평가 시 총액을 함께 표기해 이 착시를 줄인다. 상세 데이터는 /gold/에서 국가별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시가에 가깝다

모든 나라가 두 극단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장부가 방식을 쓰지 않는다고 분류되지만, 2026년 7월 시세로 재계산한 시가(3,087억달러)와 실제 발표치(3,064억달러) 차이가 23억달러에 그쳐 사실상 시가에 가깝게 갱신되고 있다. 반대로 한국·미국·싱가포르처럼 오래된 취득가를 그대로 쓰는 나라는 금값이 아무리 올라도 총액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 차이는 금값이 단기간 급등락하는 해일수록 더 크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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